TV를 틀면 한국 사람이 한국말을 합니다. 정감어린 광경입니다. 숙소에 돌아가면 늦더라도 TV를 켜서 새로운 소식, 사람들 사는 모습을 봅니다. 물론 좋은 소식도 있지만, 안타까운 소식도 많습니다. 오늘은 그 중 하나인 과외열풍에 대해 얘기 좀 하려고 합니다.
우리 부모님들은 자녀의 성공을 위해 어릴 적부터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인다고 들었습니다. 집안에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야 돈을 들여 공부하는 것도 좋겠지요.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의 과외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희생은 참다운 의미의 희생이 아닙니다. 이것은 부모의 만족을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잘못하면 오히려 자식을 망치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동물의 세계를 보면 어미는 새끼가 제 밥 챙겨먹을 때가 되면 냉정하게 헤어집니다. 그래야만 약육강식의 생존법칙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 문입니다. 사회가 학벌 위주로 가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사는 세상에서는 학벌이 다는 아닙니다. 올바른 인격과 인성이 기본이 되어야만 학벌이 더 빛이 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부모가 걱정하는 것은 자녀의 인성이 아니라 성적입니다. 제대로 된 사람을 만들기보다는 공부잘하는 사람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저는 군대 입대할 때도, 미국에 유학올 때도 혼자 결정했습니다. 한국을 떠날 때 부모님은 유학생에게 허용된 단돈 50불만 주셨습니다. 당시 저의 아버지는 한국은행 부총재를 역임하셨고 그후 정경련 상임 부회장이셨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궁핍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고의적으로 저를 고생시키신 것 같습니다.
미국에 가서도 정말로 일 열심히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내 몸과 마음은 더욱 성장할 수 있었고, 갑작스럽게 감옥에 갇히고, 7년을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한국에는 영어 잘하는 것이 최상의 목표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많은 돈을 들여 영어공부를 하고 온들 우리 국어와 역사를 모르면 그 아이들이 장래 우리나라에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유학할 당시에는 국사가 필수시험이어서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덕분에 미국에서 40년을 살았지만, 내 나라 역사만큼은 아직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학교에서는 국사가 선택과목이라고 들었습니다. 반대로 영어비중은 더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세상도, 교육도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제화 시대일수록 모국애와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뿌리가 없는 국제화는 공허할 뿐입니다. 제 경험상 영어는 커서 배우는 것이 더 좋습니다. 영어문법을 이해할 나이에 배우는 것이 나중에 고급영어를 구사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영어보다 중요한 것은 내적 성장을 중요시 하는 인성교육입니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부모가 미치는 영향은 매우 중요하며, 그들이 성장해서 사회생활을 할 때 성공 여부에 크나큰 버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가 희생을 해야 하는데, 그 희생은 학원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가정에서 충분히 보살핌을 받고, 사랑받은 아이들은 밖에서도 당당하고, 활동적입니다. 이것은 제가 세 아이를 기르면서 깨달은 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