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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한자 마음으로 써내려간 로버트 김의 편지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다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05-11-23
오랫동안 고대했던 고국방문이 이루어져 고국에 온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습니다.
짜여진 방문 일정을 다 마치고 막상 집으로 돌아가려니
또 무엇인지 해야 할 일이 이곳에
남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자꾸 제 발길을 붙듭니다.

정말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자의 석방일을 몇달 앞두고 돌아가신 부모님의 영묘를 찾아뵙게 되었고,
많은 고마우신 분들을 만나뵈었습니다.
이분들은 제가 교도소 생활을 할 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분들입니다.

그러나 더 많은 고마우신 분들을 만나보지 못한 애석함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돼지저금통을 깨뜨려 성금해준 초등학생,
가두모금 때 꼬깃꼬깃 접은 지폐를 모금함에 넣어주신 할머니,
ARS 전화모금 때 성금해주신 많은 시민들,
그리고 지나다가 모금함에 성금해주신 일반 시민들은 아직도 만나뵙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기회에 꼭 다시 찾아뵙기로 하고, 아쉬움을 달래봅니다.

그동안 여러 번의 강연과 TV출연을 통해
고국에 대한 저의 견해와 장래계획에 대해 말씀드려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우연치 않게 따뜻한 만남을 갖게 됩니다.
그동안 수고 하였다고 악수를 청하는 분,
우리를 알아보고 돈을 안받겠다고 하는 상인들.
그저 반갑게 쳐다보는 분들..
이렇게 많은 국민들이 저희 부부를 알아보시는 것을 보며,
‘아, 이런 게 내 나라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10년 세월 만에 와서 그런지, 강산이 변한 것을 실감합니다.
추억의 작은 동산이 있던 자리에는
고층빌딩이 들어서서 옛 자취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산천은 허리가 잘려 고속도로가 지나가고,
산중턱에 구멍이 뚫려 기차가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끝없는 고속도로에는
자동차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어 주차장 같았습니다.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들의 위용,
밤에는 그곳에 그곳이 화려한 불빛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기름 한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이 많은 자동차들이
움직이지도 못하고 서서 기름만 태우고 있으니 참 안타까웠습니다.
또 아파트의 실내온도가 너무 높아 창문을 열어놓고
방을 식힌다는 말을 들으니 뭐라 할 말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낭비되는 돈이 다른 곳에 쓰여지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필요 이상의 소비는 미덕이 아닙니다. ‘십시일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작은 돈이지만, 그것이 모이면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이제 없는 설움이 더 커지는 추운 겨울이 다가옵니다.
국민 각자가 조금씩만 절약하면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정부가 국민들의 선의를 유도하고,
극대화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하는 것도 물론입니다.

강산은 변했어도 인정은 여전히 따뜻하기만 했습니다.
저는 이번에 친정에 온 편안한 기분으로 마음놓고 이야기도 하고,
오랫동안 먹어보지 못했던 고향음식도 배불리 먹었습니다.
밥상을 사이에 두고 오간 정겨운 대화는 잊을 수 없을 겁니다.

너무 오래 기다렸고, 그래서 더욱 아쉬운 고국방문이지만,
제게는 고국과 동포들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일일이 찾아 뵙고 인사드려야 하나,
부득이 이 편지를 통해 많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작별인사를 고합니다.

다음 편지는 미국에 돌아가서 쓰게 될 것 같습니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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