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우리도 유전을 발견할 수 있다" 라는 제목으로 편지를 보냈는데 이 편지를 받아보신 분들께서 격려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저는 그 편지 말미에 기부에 대해 몇 자 썼습니다. 이제 연말입니다. 겨울은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살기 힘든 계절입니다. 이때라도 우리는 우리보다 어렵게 사는 이웃에게 눈을 돌리고 사랑을 배풀었으면 좋겠습니다.
외국의 기부문화에 대해 몇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해리스 인터랙티브(Harris Interactive)조사에 의하면 미국인 10명 중 8명은 최근 1년간 자선단체의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설문에 참여한 미국 성인 2,086명 중 83%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해 기부했고, 75%는 기부를 "바람직한 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기부의 동기에 대해서는 다섯명 중 한명 이상이 '모범이 되기 위해서'라고 답변했고, 17%는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서, 그리고 4%는 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기부에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의 물가는 한국보다 싸지 않습니다. 가계지출 또한 한국보다 높으면 높았지 결코 낮지 않습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은 몇 십년 동안 집값을 갚기 때문에 그로 인한 지출이 많습니다. 아파트 사는 사람들도 매월 월세를 내야 하는 곳이 미국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기부를 하고 삽니다.
우리 나라가 소득공제를 허용하면서 이 기부문화를 도입하기 시작한 지 여러 해 되었어도 아직도 국민들의 참여가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는 우선 먹고 살기가 어렵고 돈을 써야 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우리'를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작은 나눔을 실천한다면 소비는 좀 줄어들더라도 얻는 기쁨과 보람은 클 것입니다.
한국 가정에는 외국에 없는 큰 지출항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것은 '과외' 경비입니다. 미국에도 물론 '과외'가 있지만, 이는 음악, 미술 등 특성을 살린다거나 운동선수로 키우기 위한 교육입니다. 이런 특별한 경우 말고는 평범한 가정에서 과외를 위해 돈을 쓰지 않습니다. 한국에서처럼 입시 위주의 과외와는 그 개념이 많이 다릅니다.
미국의 경우 과외도 학교에서 하면 돈을 한푼도 내지 않고 할 수 있습니다. 학교가 사립학교라면 대단히 비싼 학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특기과외에는 돈을 따로 받지 않습니다. 공립학교는 고등학교까지 학비가 없습니다. 이는 시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공사립을 막론하고 많은 대학교들의 운영자금은 기부금으로 충당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과외공부가 필요하다면 학교에서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학교가 학생들을 인간답게 양육시키고 입시도 준비시켜야 하는데, 그 역할을 부모들이 동네 사교육에 의지해야 하는 한국의 교육현실은 무엇인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과외'가 한국에서는 필요악이 되어 버린 상황입니다. 또 조국의 장래를 책임질 아이들이 공부의 압박감에 눌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렇게 다른 나라에서는 존재하지도 않는 '과외' 예산이 가계 부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우리 가정의 경제적인 사정 때문에 기부문화가 우리나라에 정착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가라고 자랑하지만, 이러한 기부문화가 발을 못 붙인다면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가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이번 연말에는 모금단체나 기관에 정식으로 기부를 못한다고 해도 우리의 손길을 기다리는 주변 어려운 분들을 한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한국의 연말연시에는 술자리가 유난히 많습니다. 물론 친목을 도모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굳이 술자리에 다 참석해야만 할까요. 한 두번만 술을 마시지 않고, 그 돈을 이웃과 나눈다면 배고픈 사람은 굶지 않을 것이며, 춥던 사람들이 춥지 않게 겨울을 보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