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피는 꽃들은 대부분 오래가지 않아 안타깝고 더욱이 꽃샘바람이라도 불거나 비라도 내리면 그 화려했던 꽃은 자기 명도 다 못살고 그냥 떨어지고 맙니다. 봄을 대표하는 벚꽃은 매우 화려해서 꽃 애호가들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지만, 오래가지 않아 모두 떨어지고 맙니다.
금년에도 우리는 꽃을 보기 위해 화단을 가꾸고 가지도 치고 습기가 오래도록 보존될 수 있도록 멀치(나무 껍데기를 갈아서 만든 보습용 화단용 물질)도 뿌렸습니다. 그런데 이 화단에서 작년 한여름 하얀 꽃을 보여준 이름도 알 수 없는 작은 나무가 말라비틀어진 채로 남아 있는 것이 눈에 띄였습니다. 사슴공격을 받았는지 모양이 무척이나 초라했습니다. 나는 이 나무가 일년생 꽃나무라 생각하고 죽은 줄 알고 파내 버리려고 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뽑기 전에 가지 하나를 꺾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연한 초록색으로 촉촉이 젖어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다시 흙을 다져 덮어주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주일 후 잎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이 초라한 나무가 예쁜 꽃을 피우면서 한 여름동안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기쁨을 줄까, 하는 생각에 그들을 버리지 않기로 한 나의 결정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 줄 모릅니다. 그리고 그들이 꿋꿋하게 서서 자기들 이름을 상기시켜 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기도 합니다.
서둘러 피었던 봄꽃들이 다 지고 나면 버려질 뻔한 이 이름 모를 꽃나무가 서서히 꽃피울 준비를 시작할 것입니다. 벚꽃나무와 같이 봄에 피는 꽃나무들은 꽃이 진 후 나무 잎사귀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 작은 꽃나무는 싹을 먼저 내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꽃을 늦게 피우기 시작하지만, 일단 한여름에 꽃이 피기 시작하면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초가을까지 우리들에게 꽃향기를 전해줍니다.
나는 이 이름모를 꽃나무를 보면서 요즈음 한국의 어린이들이 봄에 피어나는 벚꽃과 같은 처지가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는 다른 나라에서는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부모의 뜨거운 교육열이 있습니다. 이런 부모들에게서 태어난 어린이들은 부모의 극성에 어려서부터 여러가지를 배워야 하는데, 이들의 이런 상황이 마치 봄에 일찍 피었다가 일찍 지고 마는 여러 봄꽃들과도 비슷한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즈음 우리나라의 젊은 부모들에게 한 말씀 드리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젊은 부모들은 자녀가 다 크기도 전에 하루라도 빨리 많은 것을 가르쳐 뭐든 다른 아이들에게 뒤지지 않고 잘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빨리 피는 꽃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닙니다. 늦게 피어도 더 오래, 더 강하게 피는 꽃도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이렇게 늦게 피는 꽃나무와 같이 아이들도 서서히 자기의 속도에 맞추어 자라면서 튼튼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해 주는 것도 아이들을 위하고 사랑하는 하나의 지혜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녀가 다 크기도 전에 하루 빨리 많은 것을 가르쳐 과연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것은 자녀를 위하는 것이 아니고 부모 자신들의 만족을 위한 것이 아닌지,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