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며칠 동안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킨 신문기사가 있었는데, 그것은 독일 월드컵도 아니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도 아닌, 세계의 첫째, 둘째 부자 두 사람이 서로 손을 잡고 있는 사진과 기사였습니다. 첫째 부자는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인 빌 게이츠(51)이고 둘째 부자는 투자전문회사인 벜샤이어 하사웨이의 회장인 워런 버펫(75)인데, 이들이 그동안 축적한 부를 세계의 빈곤과 질병퇴치를 위해 쓰기로 다짐하였습니다.
게이츠 회장은 오래 전부터 자기 부인 멜린다와 함께 자선단체를 설립해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해오고 있는데, 이번에 워런 버펫 회장이 자기 전 재산의 85%인 400억 달러를 게이츠재단(Bill and Melinda Gates Foundation)에 기부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버펫 회장도 자신이 운영하는 재단이 있으나 이 방면에서 운영을 잘하고 있는 빌 게이츠재단에 기부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해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이것은 버펫 회장의 투자기술이기도 합니다. 그의 투자 신조는 확실한 사업에만 투자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그의 투자는 자신의 부를 만들기보다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이 없게끔 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그는 1956년에 단돈 100달러를 가지고 50년 동안 400억 달러의 재산을 만들어 낸 투자의 달인입니다. 그러나 그의 사생활은 매우 검소합니다. 그가 입고 다니는 양복과 타고 다니는 자동차는 오래된 것들이며 먹는 것도 우리와 비슷하게 먹고 이발도 보통 사람들이 다니는 이발소에서 한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그의 정직성을 바탕으로 한 특별한 투자방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통해서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가 빌 게이츠 회장을 잘 알고 있는 터에 게이츠 회장이 2년 후에 마이크로 소프트의 회장 자리에서 은퇴하고 더 늙기 전에 자신과 부인이 꿈꾸고 있는 빈곤과 질병퇴치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최근 뉴스를 보고 버펫 회장이 마음을 이렇게 정한 것 같습니다.
이런 부자들의 공통점은 검소하다는 것입니다. 빌 게이츠도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가 주최한 대학생 소프트웨어경진대회에 오래 입어 낡은 스웨터를 입고 등장했습니다. 빌과 워렌은 나이 차이는 있지만 오랜 친구로서 그들의 사업을 위해 서로 조언을 하면서 우정과 신뢰를 다져왔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우정과 신뢰가 빈곤과 질병퇴치를 위해 투자(?)된다니 엄청난 시너지(synergy)현상이 될 것 같아 이 방면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무척 반갑고 부러울 따름입니다.
얼마 전 한국에서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건희 삼성회장과 정몽구 현대회장이 자신의 부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환원한 부를 정부에서 관할한다니 대한민국이 자본주의국가인지, 사회주의국가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그들이 기부한 돈이 지금 어떻게 쓰여지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습니다. 국가의 형태가 어떻건 기부금이 어떻게 쓰여지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면 훈훈한 미담도 되고, 노사간 대립도 원만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의 노동자들, 특히 노동조합에 가담한 분들은 사주가 영업이익의 전부를 개인 주머니에 넣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번 6.25동란 56주년을 맞이하여 56년 전 한국전쟁 당시에 고아들과 미망인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구호단체인 월드비전 (World Vision)에 하루에 1달러씩 보내기로 하고 가난하고 불우한 아시아인 남자아이 한명을 소개받게 되었습니다. 더 많은 아이들을 소개 받았으면 하는 열정은 있지만 저의 처지로는 이정도로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빌 게이츠와 워렌 버펫의 이번 결정을 부러워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분들이 많이 나와 한국에서만이라도 가난과 질병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는 "확실한 투자"에 함께 가담할 수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