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편지가 52번째 입니다. 그 동안 한 주도 거르지 않고 52번의 편지가 나갔으니 편지로 여러분을 만난 지 벌써 1년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제가 완전한 자유인이 된지도 1년이 되었다는 것이고요. 전문 작가도 아닌 제가 매주 편지 주제를 찾고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서 글로 표현할 수 있었던 데는 여러분들의 성원과 격려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편지 사이트를 관리해주시는 분들의 노고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제 편지가 나갈 때마다 독후감을 올려주시면서 동감해주시기도 하고, 이의를 제기해주시기도 한 독자 여러분들이 계셨기에 집에서 할 일 없이 지내는 이 백수의 두뇌가 활발히 움직이고, 긴장하여 노년이 무료하기 않게 되었습니다. 이번 주 편지를 썼다는 안도감은 잠깐, 다음 주에는 어떤 말씀을 전할까, 생각하면서 느끼는 긴장감은 생활의 활력소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적당한 긴장감은 치매예방에도 좋다고 하니, 편지를 통해 제가 얻는 소중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로 제가 아무리 나이는 들었다고 하지만 정신건강 만큼은 젊은이들 못지 않아서 아직 쓸 만한 곳이 있다는 기대감도 버리지 않고 살고 있는데, 아직까지 저를 불러주는 곳이 없는 것을 보면 제가 착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고국에도 가을이 와서 단풍도 들었을 것 같고, 각 가정의 어머니들은 김장이며 겨울 옷을 꺼내며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요. 이맘때가 되면 길가에서 파는 따끈한 군고구마며 구수한 군밤, 그리고 뜨거운 단팥이 들어있는 바삭바삭한 붕어빵은 저의 향수를 더해줍니다. 불에 살짝 구어진 찹쌀떡이 들어 있는 단팥죽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곳에도 한국 분들이 많이 이민을 오셔서 한국에서 먹던 것들을 거의 모두 사서 먹을 수 있습니다만 재료의 원산지가 달라서 그런지 한국에서 먹던 것들과는 아주 다릅니다. 생선도 맛이 달라 고향생각이 더욱 납니다. 인간도 귀소본능 동물이라 나이가 들면 들수록 고향을 잊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를 기르시던 조부모님들과 부모님들은 모두 세상에 안계시고 그 자리에 제가 서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저도 이 세상을 하직하게 되겠는데, 그 때까지 사람답게 살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은 못 받을지언정 피해는 주지 않고 원망도 듣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며 후회없는 인생을 마감하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여러분들과의 인연도 계속되기 바라며 많은 편달을 부탁드립니다.
두 번째 해의 로버트 김의 편지도 건전하게 지속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바라오며 항상 건강하시고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