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에 부산에서 발생한 가스폭발 사고로 무너져가는 건물에서 여러 명의 생명을 구하던 한 베테랑 소방관이 아직 못 빠져나온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들어간 후 결국 자신이 그 건물에 묻혀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그는 소방관으로 일하는 동안 화재현장에 1만9500회나 출동을 해서 1050명의 인명을 구조한 혁혁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의 투철한 직업정신은 우리의 귀감이 됩니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그가 정년퇴직을 한 달여 남겨 놓고 여생을 부인과 조용히 지내려는 꿈을 채 펼쳐보지도 못한 채 가족과 이별한 것입니다. 이런 갑작스러운 이별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조금이나마 아는 저로서는 그분의 순직과 가족의 앞날에 많은 걱정을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만 있는 "냄비근성" 때문에 이러한 영웅들과 그의 업적들을 금방 잊혀져 버리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서해교전에서 순직한 해군장병들, 그 중에서도 기관총의 방아쇠를 잡은 채 순직한 해군 용사의 사진은 항상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어느 유족은 정부의 무관심에 큰 상처를 입고 결국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고 합니다. 게다가 순직장병들의 영결실이 정부로부터 푸대접을 받았다고 하니, 애국애족 하신다는 지도자들의 민도와 양심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건국공신이신 이승만 박사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수도에서조차 아무것도 볼 수 없습니다. 비록 그 분이 독재정권을 연장하려 했던 것은 인정할 수 없으나 그 업적만큼은 인정하고, 기리는 것이 후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지난번 한국 여행에서 제주도 이승만 박사의 별장에 진열된 그분 육성 녹음테이프를 들으며 그분의 애국심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눈물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토록 사랑하는 조국에 뼈를 묻지 못한 그를 생각하면 우리의 슬픈 역사가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우리나라의 "보리 고개"를 없애고 "한강의 기적"을 세상에 알린 고 박정희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정권 말기에 보여준 권력에 대한 집착이 큰 과오가 되었지만, 이런 분들의 초심이라도 인정해줄 줄 아는 아량있는 국민, 아량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분들의 업적을 무시하려는 사람들에게 과연 자신들은 목숨을 걸고 애국애족할 수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번 부산에서 순직하신 서병길 소방관의 순직도 길이길이 기억되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기 바랍니다. 더욱이 그곳에서 멀지 않는 울산의 현대자동차 노조의 마지막 파업종료가 넉 달도 안 되어 다시 파업에 들어간다니 그분들도 서병길 소방관의 헌신적인 애족심을 생각해 봤으면 합니다. 최근에 현대중공업의 노조위원장과 간부 7명이 미국의 자동차산업을 둘러 보고난 후 "미국의 경우 회사가 다 쓰러지고 나서야 노조가 정신을 차렸다. 우리도 더 이상 정치 파업이나 집회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노사가 함께 경제를 살려야 한다." 그리고 이어서 "눈앞의 이익만 쫓는 근시안적 시각과 오만함 때문에 앞으로 다가올 파산과 실업을 인식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라고 했다는 뼈아픈 반성을 우리 모두 새겨들었으면 합니다.
나라를 위해 헌신하시는 분들은 모두가 영웅이십니다. 이번 기회에 정부가 이분들을 잊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그분들의 희생정신을 우리 젊은 청소년들에게 알릴 수 있는 틀을 널리 마련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