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야 하고, 붙잡을 수 없는 것이 세월인 것 같습니다. 벌써 한해가 지나가고 새해가 돌아 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설날이 되면 떡국을 먹고 모두가 한 살 더 먹습니다. 언제부터 설날이 한 살 더 먹는 날이 되었는지 모르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이 때문에 만으로 몇 살이냐고 물어야 합니다. 서양에서는 생일이 돌아와야 한 살 더 먹게 되니까 그런 질문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이를 물어 보기가 민망스러운 관계이면 띠가 무엇이냐고 묻기도 합니다. 어쨌든 인간은 나이가 들수록 철도 들고 입도 무거워지고 귀도 순해진다고 하는데, 우리들도 새해에는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생각하면서 좀 더 신중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는 반만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정부가 건립된 날을 기점으로 해서 우리나라의 나이를 계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여튼 우리나라는 철이 들었어도 몇 번 들었어야 하고 뱉어 놓은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입도 무거워 질 때도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들 중에는 이에 걸맞지 않게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 때문에 대한민국이 국제적으로 위상을 잃고 있으며 국내적으로는 전반적인 삶의 질이 낮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강의 기적이 일어났다고 세계가 주목했던 나라가 최근 몇 년 동안에 주변 국가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물가와 노동임금이 세계적으로 높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시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졌고 생산경쟁력도 약화되어 우리나라의 수출품이 세계 경쟁에서 그 자리를 지키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리고 중국이나 일본 같은 이웃나라는 경제지표를 상향 조정한다고 하는데, 우리 대한민국은 하향조정해야 한다는 소식입니다. 좀 더 멀리 있는 인도나 베트남도 좋은 지도자를 만나 경제가 발전해서 국민들의 경제사정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인간의 삶의 3대 요건은 의식주인데, 이 3대 요건이 모든 국민들 사이에 제대로 갖추어 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요즈음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입는 것과 먹는 것은 그나마 빈곤 국가들에 비하면 합격점을 받았다고 보나 빈부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있어 잘 먹고 잘 입는 사람들도 많아졌지만, 못 먹고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인간 누구에게나 중요한 좋은 주거환경은 아직도 모자라는 것 같습니다. 아파트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있어 ‘부동산이 미쳤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입니다. 정부가 아파트 값에 대해 언급만 하면 그 날로 아파트 값이 뛰어 올라서 마치 힐리움 통에 매달린 폭발 직전의 풍선처럼 보입니다.
이처럼 비싼 물가와 주택비 때문에 우리 같은 사람은 모국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먼 발치에서 그리워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서로의 불신이 양극화를 이루어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니 그 틀 안에 살고 있는 국민들의 실망은 얼마나 큰 지 모릅니다. 그리고 정부와 국민들이 서로를 폄하하고 불신하는 사회풍조가 만연되어 대한민국은 마치 조타수를 잃은 배처럼 방황하면서 시간과 재정을 낭비하고 있는 것 같이 보입니다.
성인이 된 국가에 살고 있으니 이제는 입도 무거워지고 귀도 순해져서 서로를 배려하고 협조하는 정부와 국민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나라가 지금 이렇게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때 다른 나라들은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과거사를 캐고 있을 때 다른 나라들은 미래를 캐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해에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과제가 국민들에게 주어졌습니다. 이 주어진 과제를 성실히 그리고 정확한 판단으로 이행 하는가에 따라 우리나라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선배들의 목숨과 피와 땀으로 이룩한 우리나라가 그 뜻을 살려 새해에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는 원년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