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지보기

Home > 로버트 김의 편지 > 지난 편지보기

한자한자 마음으로 써내려간 로버트 김의 편지입니다.


학교폭력의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07-01-10
지난 해 마지막 편지에서 작년 수능시험에서 최고 득점은 받은 한 시골학생의 학업태도와 그를 지도한 선생님들에 대해 감격하면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와 반대로 요즈음 학생들의 난폭해진 학교생활이 너무나 황당해서 우리 청소년의 장래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제가 한 마디 해야겠기에 이렇게 여러분들을 찾아왔습니다.

얼마 전에 한 고등학교 여학생이 같은 학교에 다니는 동급생들에게 몰매를 맞다가 참을 수 없어 도망친다는 것이 아파트 3층에서 뛰어내려 부상을 입어 평생의 불구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일은 이렇게 잔인한 집단 폭행을 하면서 자신들의 일이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 동영상을 찍어놓고 협박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려진 후 이를 흉내낸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이들도 어린 중학교 여학생들의 속옷을 벗긴 후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촬영하는 척 하면서 신고를 막으려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후 며칠 안가서 고교생들이 나이가 어린 중학생들을 상습적으로 흉기로 위협, 금품을 빼앗는 등 강도행각을 하다가 잡혔는데,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들의 옷을 벗기고 휴대전화 비밀번호까지 변경하는 등 신고를 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사후대책을 강구했다는 경찰조사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경찰의 조사를 막기 위해서 지능적으로 일을 꾸미는 이들 학생들의 나이에 맞지 않는 주도면밀함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직 사회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있는 젊은 청소년들이 이런 일들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물론 극소수 학생들이지만 이러한 학교폭력을 저질러 많은 학생들이 희생을 당하고 있는 것이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학교와 사회, 그리고 그들의 부모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크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요즈음 세상에는 여러 가지 유혹의 손길이 거침없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순진한 청소년들은 이런 유혹에 너무도 쉽게 물들고 있습니다. 많은 학부모들은 이러한 세태를 알면서도 일이 일어난 후에 후회하고 자신들의 무관심을 자책하고 있습니다.

저는 오래 전부터 자식을 키우고 있는 부모들의 맞벌이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돈이 있어야 자식을 제대로 키울 수 있다는 말도 일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것이 제대로 키우는 것이냐, 그리고 자식 기르는 것과 돈 버는 것 중에 어떤 것이 가정의 미래를 위해 더 중요한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자식을 학원에 보내고, 과외선생을 붙여 성적을 올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자식이 단지 공부만 하는 기계가 아닌, 정을 알고, 인간다움을 가진 건강한 인격체로 자라기 위해서는 먼저 가족 간에 충분한 대화가 있어야 하고, 하루에 한번씩이라도 부모가 자식을 안아주는 스킨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경제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맞벌이를 해야 하는 부모의 심정도 잘 압니다. 하지만 부모와 대화할 시간이 줄어들수록 자식들이 나쁜 유혹에 더 빠지기 쉽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지난 번 편지에서 귀농한 아버지의 딸이 틈틈이 아버지의 농사일을 돕고, 학원에 가지 않고도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았던 일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그 딸의 남다른 노력 덕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와 사랑의 결실이라고 봅니다.

학부모가 여교사의 뺨을 때리고 교장이 선생의 뺨을 치고 선생이 학생을 폭행하는 모습을 보는 학생들, 그리고 회사나 정부기관의 기물을 파괴하는 대모대원들에 대한 경찰의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는 일들을 보는 학생들, 불법을 저질러도 금방 풀려나올 수 있는 정부의 느슨한 법집행을 알고 있는 학생들에게 우리 사회는 책임을 지고 사과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이 잘못 닦아 놓은 길을 학생들이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동급생을 집단 폭행하고, 동영상까지 인터넷에 올린 학생을 기소하려는 검찰의 구속영장이 또 법원에서 기각되었다는 소식입니다. 법치사회에서 판사의 결정권을 존중해야 하지만, 예외가 많고, 빠져나올 구멍이 많은 우리 현실에서 과연 정의가 존재하는지, 이런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장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이 과연 무엇을 배울지, 마음이 답답합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거울이며, 부모는 자식들의 표본입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우리의 미래이며 사회는 이들을 바른 길로 인도할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옛말, 하나 그른 게 없습니다. 세상을 좀 더 산 사람으로 한 말씀 드립니다.

우리 어른들, 어른답게 삽시다!

이전 : 새해를 맞이하면서 운영자
다음 : 선생이 노동자입니까?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