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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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한자 마음으로 써내려간 로버트 김의 편지입니다.


100회 편지를 보내면서
작성자 : 운영자 / 작성일 : 2007-10-04
제가 오늘로 여러분들게 100번째 편지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먼저 부족하고 어눌(語訥)한 편지를 읽어 주시고 격려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어떤 점에서는 저의 입장과 다르다고 비판을 해주신 분들께도 저는 그것을 편달이라고 보며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2004년, 그러니까 3년 전 미 연방형무소에서 출감하여 장남의 출감을 몇 달 앞두고 세상을 떠나신 저의 부모님께 성묘를 하기 위해 여행 제약이 풀린 2005년 11월에 고국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10년 만에 고국을 방문하는 것이라 많은 분들이 환영해 주시어 부모를 잃은 슬픔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후 집으로 돌아와서 여러분들과 인연을 끊지 않으려고 이렇게 매주 편지를 보내 드린 지가 벌써 100회가 되었으니 참으로 감개무량합니다. 그동안 저와 저의 가족을 위해 한국에서 오랫동안 지원해주시고 2년 전부터 "로버트 김의 편지"를 위해 회사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전 후원회장 이웅진 사장을 비롯해서 매주 이 편지를 독자들에게 보내 드리기 위해 감수해 주시는 추영 작가, 그리고 이 편지를 웹사이트에 올려주시는 백경진님께도 이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의 석방을 위해 동분서주하시던 저를 기다리시다가 저의 석방 1년 전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한 번도 저와 대화 한번 나누지 못하고 자식의 석방 6개월 전에 세상을 하직하신 저의 아버지, 그리고 저의 출감 후 가택연금 상태에 있는 큰아들을 만나보기 위해 비행기 예약까지 하시고 출국 이틀을 앞두고 교통사고를 당하셔서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새록 새록 납니다.

저는 아버지의 병세소식을 전해 듣고 임종이라도 지킬 수 있을까 하고 미 연방 형무국에 특별출감을 신청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 전례가 없다고 하면서 특별출감을 하려면 는 손과 발에 쇠고랑을 채워 두 사람의 경호원이 무장을 하고 가야 하는데, 그럴 경우 너무나 복잡하고 경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고려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던 중 결국 저의 아버지는 눈을 감으시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3명의 여행경비를 문제 삼았으나 2명의 무장호송관이 나를 데리고 한국공항에 내리자마자 한국 국민들이 그들을 덮쳐 나를 납치해갈까가 더 두려웠다는 것이 후문(後聞)이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형무소 소장의 앞날에 치명적인 이력이 되어 그는 사표를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 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더니 그날은 일을 내보내지 않고 내무반에 남아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 때 저는 죄수들이 입는 오렌지색 수의(囚衣)에 손과 발에 쇠고랑을 차고, 허리에 둘려있는 쇠사슬과 연결되어 뒤뚱거리면서 걸어야 하는 모습을 부모님과 한국 국민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형무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잠깐만이라도 세상구경을 하고 싶어 합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세상 밥을 먹고 싶어 합니다. 제가 가택연금에 들어가기 위해 교도소에서 나오는데 우리 가족이 저를 데리러 왔습니다. 그 때 그들도 저에게 세상 밥을 맛보게 하기 위해서 김밥을 싸가지고 왔는데, 가면서 하나를 입에 넣은 후 구토가 나서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8년 동안을 세상 밥맛을 잊고 살다가 그 김밥 냄새 때문에 구토를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타보는 자동차에도 멀미가 나기도 한 것 같습니다. 오는 도중 친지들과 전화통화를 하라고 하면서 저에게 핸드폰을 건네주는데 그것은 생전 보지 못한 것이었고, 어디에 입을 대고 말하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금속으로 된 수저가 너무나 새삼스럽게 보였습니다. 또 그것들이 접시에 닿으면서 소리가 나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감옥에서는 플라스틱으로 된 식기를 써 왔기 때문입니다. 집에 오니 냉장고가 있고 커피 만드는 기구가 있어 정말로 별천지에 온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김치의 맛을 잊고 살아 온 저에게는 "이것이 김치였구나!" 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러한 새삼스러운 세상에 젖은 지가 3년이 됩니다. 그리고 여러분들과 교제해 온 기간도 벌써 2년이 되어 이렇게 100회에 달하는 편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의 어눌한 편지를 읽어주시고, 성원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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