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국에서는 온통 대선(大選)에 관한 소식은 들려오는데 저에게 가장 고무적인 소식은 역시(歷試)(한국사 능력검정시험) 관련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작년 이맘 때 역시가 시작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한국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테스트하기 위해서 이 시험에 응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고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매우 고무적이었으며 그 때 저의 심정을 이 칼럼에 쓴 적이 있습니다.
그 칼럼에서 저는 이 시험이 계속 시행되고, 또한 자신의 역사능력을 테스트하는데 그치지 말고 그 역사실력이 민족정체성을 정립시키는데 쓰여지기를 바란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 국사시험이 공무원 채용에도 활용될 것 같다고 하며 교육부가 주관하는 국비유학생시험에도 채택될 것 같다고 하니 만시지탄이지만 천만다행으로 생각하며 이를 환영하고 싶습니다.
최근 한 기사에서 읽은 것인데 한국에서 이민 온 성인들이나 1.5세들, 그리고 이곳에서 태어난 2세들이 한국의 정체성을 모르고 있는 것에 대해 염려하는 한 연구원의 기사를 읽고 저도 공감했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이민 온 많은 1세 한인들이 한국어를 할 줄 알고 한국적인 생활습관이 있으면 한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류(誤謬)라고 하면서 코리안이 된다는 것은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아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한국어를 알고 한국의 생활습관을 아는 외국인들이 더러 있는데, 그러면 이 사람들을 보고 한국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진정한 한국 사람은 한국의 역사를 알고 한국의 문화를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이민 와서 사는 중국 사람들이나 일본 사람들은 한국 이민자와 달리 그들의 말과 역사를 알고 이 나라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학교에서 그들의 역사를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역사에 관한 책들을 이곳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학교에서 국사(國史)를 하나의 선택과목으로 가르치고 있고, 심지어 대학 입시에도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앞에서 인용한 연구원은 미국에 사는 이스라엘 사람들을 예로 들었는데, 그들은 미국에 있는 유대인 학교에서는 자기나라의 말(히브리어) 보다 먼저 유대인의 역사를 가르친다고 합니다. 그들 2세들에게는 영어가 쉽기 때문에 영어로 자기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1960년대 제가 미국에 유학 올 당시에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는 이민이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정부에서 실시하는 유학생시험을 치고 합격하면 여권발급을 해 주었습니다. 그 때 유학시험은 남자는 대학을 나오고 군대를 필해야 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었는데, 필수과목이 영어와 국사였습니다. 그 덕분에 저와 같은 시기에 유학 온 사람들은 지금도 우리나라 역사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나라의 역사를 알아야 조국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나라를 사랑하라고 학교에서 가르치겠지만 어떤 나라를 사랑하라는 것인지를 그들에게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국사를 가르치고 국사를 통해서 이러한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것을 그들에게 알려주고 그러한 나라를 사랑하라고 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지금 가계비의 30% 이상이 사교육비로 쓰여진다고 들었는데,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국사를 가르치는 학원이 얼마나 되며 이러한 학원으로 자식들을 보내는 학부모는 얼마나 될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가 어쩌다가 자기나라의 역사도 모르는 국민을 양산 시켰는지 비전 없는 국가교육행정을 다시 검토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러고도 나라를 사랑하라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상위권에 있던 우리 학생들의 과학성적도 17위로 추락했다니 학교는 그 동안 무엇을 가르치고 있었는지, 그리고 학교에서 어떤 자질의 선생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