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고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저의 석방을 기다리다가 자유의 몸이 된 아들을 보지 못하시고 눈을 감으신 저의 선친 기일을 맞이하여 고국을 방문했습니다. 선친이 돌아가신 후 제가 기일에 참석하는 것도 처음이며, 42년 만에 한국에서 설날을 맞이하게 되어서 여러모로 뜻깊었습니다. 설날 풍속과 음식들은 고국의 맛을 한층 더 새롭게 해 주었습니다.
설연휴와 선친 기일 사이에 며칠의 여유가 있어 제가 구금생활을 하고 있는 동안 돌보고 도와주신 많은 국민들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몸으로라도 봉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에서 시간을 쪼개어 여러 단체를 방문하였습니다. 너무 짧은 방문들이라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그래도 보람 된 시간이었습니다.
서울 청량리 거리에서 추위에 고생하시는 노숙자들에게 배식도 하고, 시골 요양원에 사시는 노약자들에게 목욕도 시켜드리고 함께 밥도 먹었습니다. 그리고 결손 아동들이 사는 곳에 가서 용기를 주는 이야기도 전해주고, 의지 할 곳 없는 노인들이 계시는 양로원에 가서 배식도 하면서 함께 밥을 먹으면서 미국생활 이야기도 들려 드렸습니다. 그리고 탈북 청소년들이 살면서 배우고 있는 한 학교를 방문하여 성금도 하고 그들의 애로점을 들으면서 함께 고심도 할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곳은 현재 대한민국의 북한정책 때문에 정부가 북한을 의식하고 있어서 아무런 정부보조도 받지 못하는 단체로서 소외되어 있는 듯 했습니다. 저의 경우도 당시 우리 정부가 미국을 의식하여 아무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으니 저와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아픔을 갖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또 대구 교도소를 방문하여 그 곳에서 무기수로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분과 유리 창문을 사이에 두고 가진 7분간의 면회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분과는 내가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뿐 아니라 지금도 서로 편지를 주고받고 있는데, 감사한 마음과 위로를 주기 위해 이번에 처음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태안 기름 유출사고 현장에서 이틀 동안 여러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기름을 닦으면서 사진에서만 보았던 거대한 인간 띠에 작은 한 점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이곳 주민들의 아픔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싶었습니다. 내가 방문하였던 모항은 주민들이 벌써 떠났는지 마치 고스트 타운 같아 보였습니다. 예년 같으면 횟집이나 상점에서 나오는 활기찬 목소리들로 화기애애했을 그 골목들이 지금은 적막하기까지 했습니다.
어쩌다가 이러한 청천벽력(靑天霹靂) 같은 일이 일어나 그곳에 사는 주민들은 물론이고 온 국민이 가슴 아파하는 일이 일어나야 했는지 모든 국민이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더욱이 저의 고국 방문동안 우리나라의 국보 1호로서 600여년의 설상(雪霜)을 견뎌 온 남대문(崇禮門)이 서울의 중심에서 전소(全燒) 해 버리는 것을 보고 매우 안타까웠으며 우리나라 국민들의 안전 불감증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두 사건은 우리나라 국민의 안이(安易)한 국민성 때문에 일어난 일인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일에 Standard of Procedure(SOP) 즉 실행절차를 마련하여 모의실험(Simulation) 훈련도 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이런 준비가 되어 있었더라면 대형 사고까지는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너무나 큰 이 두 사건은 온 국민들도 마찬가지지만 오랜만에 고국을 방문한 저의 가슴을 한 층 더 무겁게 하고 있습니다.
남대문을 방화한 사람은 그가 받아야 할 국가보상금이 적어서 이런 끔직한 일을 저질렀다고 하는데 그 사람이 이러한 일을 계획하게 만든 우리나라의 사회와 교육에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회가 이와 같은 사람들의 애로를 경청하였다면 그리고 학교가 그에게 애국심이나 도덕심을 충분히 가르쳤다면 이러한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러한 대형 사고를 쉽게 잊어버리는 정부나 국민이 되지 마시고 이것을 교훈 삼아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학교도 영어나 수학에만 너무 신경을 쓰지 말고 사회봉사도 과목의 하나로 만들어서 인성을 바꿔주는 기관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모든 학생들이 사회봉사에 참여하면서 애국심을 갖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면 합니다. 사회봉사자는 방화를 하지 않습니다.